청도삼족대에서 만난 세 개의 바위가 들려준 신비로운 시간의 깊이

여름이 한창이던 7월 초순, 청도 매전면의 청도삼족대를 찾아갔습니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시골길로 접어들자 논 사이로 안개가 낮게 깔려 있었고, 멀리 산자락 사이로 푸른 돌층이 드러난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니 삼족대의 거대한 바위가 마치 오랜 세월을 품은 생명체처럼 서 있었습니다. 이름 그대로 ‘세 개의 발을 가진 대(臺)’처럼 생긴 이 암반은 자연이 만든 조형물임에도 놀라울 만큼 균형이 잡혀 있었습니다. 바위 밑을 흐르는 계류의 물소리가 잔잔하게 이어지고, 그 위를 스치는 바람이 흙냄새와 함께 청량하게 느껴졌습니다. 처음 마주한 순간, 인간의 손길보다 훨씬 오래된 시간의 무게가 전해졌습니다.

 

 

 

 

1. 매전면에서 삼족대로 가는 길

 

청도삼족대는 매전면 온막리 마을 인근 산기슭에 위치해 있습니다. 청도읍에서 차로 약 25분 정도 소요되며, 내비게이션에 ‘청도삼족대’를 입력하면 좁은 농로를 따라 이동하게 됩니다. 중간쯤 올라가면 작은 표지석이 있어 길을 잘못 들 염려는 없습니다. 주차 공간은 많지 않지만 평일에는 여유가 있습니다. 주차 후 오솔길을 따라 약 10분 정도 걸으면 울창한 숲이 열리고, 그 안쪽으로 삼족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오르막길이 짧지만 경사가 다소 있으므로 운동화가 적합합니다. 길가에는 자갈과 낙엽이 섞여 있어 걸을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청량하게 퍼졌습니다. 여름날의 습한 공기 속에서도 바위 근처로 갈수록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2. 자연이 만든 조형미와 공간의 균형

 

삼족대는 커다란 화강암 덩어리가 세 개의 바위 받침 위에 걸쳐져 있는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높이는 약 3미터 남짓, 길이는 6미터 정도로 사람 몇 명이 함께 서 있을 만큼의 크기입니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세 개의 다리가 서로 다른 각도로 버티고 있어 신비로운 안정감을 줍니다. 바위의 표면은 바람과 물에 깎여 매끈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곡선을 이루고 있습니다. 햇살이 비칠 때마다 암면의 요철이 명암을 만들어내어, 시간대마다 다른 표정을 보여줍니다. 바위 틈새에서는 이끼가 자라나고, 물방울이 천천히 떨어져 소리를 냅니다. 자연이 세운 조형물임에도 인간이 의도적으로 만든 듯한 질서가 느껴졌습니다.

 

 

3. 삼족대에 얽힌 이야기와 역사적 의미

 

청도삼족대는 신라 시대의 제단으로 전해지며, 하늘에 제사를 올리던 장소였다고 합니다. ‘삼족(三足)’은 천지인(天地人)을 상징하는 세 기둥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오래전부터 지역 주민들은 이곳을 신성한 바위로 여겨 정월 대보름이면 간단한 제를 올렸다고 합니다. 실제로 바위 표면에는 오랜 풍화로 인해 희미해진 새김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학자들은 자연 지형이지만 의식 공간으로 사용된 흔적이 뚜렷하다고 평가합니다. 거대한 암석이 세 개의 받침 위에 안정적으로 놓여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대인의 상징적 사고와 자연 숭배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국가 지정문화재로 보호받으며, 문화해설사가 주말마다 상주해 간단한 설명을 제공합니다.

 

 

4. 주변 자연과 공간의 감각

 

삼족대 주변은 인위적인 시설이 거의 없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보존되어 있습니다. 주변 나무들이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어 한낮에도 그늘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바위 아래로 흐르는 작은 개울에는 물이 맑아 바닥의 자갈이 그대로 보입니다. 여름철에는 개울가에 앉아 발을 담그는 방문객들도 종종 보입니다. 새소리와 물소리가 섞여 공간 전체가 하나의 음률처럼 느껴졌습니다. 안내판 옆에는 잠시 쉴 수 있는 나무 평상이 마련되어 있고, 바위 주변에는 야생화가 피어 있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풀잎이 서로 스치는 소리가 들리고, 그 순간 모든 소리가 멈춘 듯한 고요함이 찾아왔습니다. 이곳의 매력은 화려함보다 절제된 자연의 조화였습니다.

 

 

5. 함께 둘러볼 만한 청도 근교 명소

 

삼족대를 다녀온 뒤에는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운문사’로 향하면 좋습니다. 천년 고찰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삼족대의 자연미가 서로 다른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또한 인근 ‘청도 와인터널’은 여름에도 시원한 온도가 유지되어 여행 중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곳입니다. 점심은 매전면 소재의 ‘청도한우거리’에서 지역산 한우불고기를 맛보는 것도 추천할 만합니다. 오후 시간에는 삼족대 인근 ‘청도천 생태탐방길’을 따라 걸으며 강가의 평온한 풍경을 즐길 수 있습니다. 하루 일정으로 묶어 보면 자연, 역사, 미식이 고루 어우러진 코스가 완성됩니다.

 

 

6. 방문 시 유의사항과 관람 팁

 

삼족대는 야외 노출된 바위유산이므로, 우천 후에는 바위 위가 매우 미끄럽습니다. 등산화나 밑창이 두꺼운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름에는 모기나 벌레가 많아 긴팔 옷을 준비해야 하며, 바위 위로 직접 올라가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오전 10시 이전이나 오후 5시 이후 방문하면 햇빛이 부드럽게 비추어 암석의 색감이 더욱 선명하게 보입니다. 주말 오후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으니 한적함을 원한다면 평일을 추천합니다. 간단한 물과 모자를 챙기면 관람이 훨씬 쾌적했습니다. 특히 가을철, 단풍이 바위 주변을 감싸는 시기에는 풍경이 가장 아름답게 변합니다.

 

 

마무리

 

청도삼족대는 단순한 바위가 아니라, 자연이 만들어낸 예술이자 오랜 신앙의 흔적이 남은 공간이었습니다. 세 개의 돌기둥 위에 놓인 거대한 암반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외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바람이 돌 틈을 스쳐 지나갈 때의 소리, 그늘 아래 스며드는 빛, 그리고 물소리가 어우러져 깊은 고요를 만들어냈습니다. 인간의 손길 없이도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자연의 조형미에 새삼 놀라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비 내린 뒤 물안개가 피어오를 때 다시 찾아, 그 신비로운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된 땅이 품은 이야기와 시간의 무게가 여운처럼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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